원장 노트

한쪽만 따끔거리는데 대상포진일까요? 통증과 피부 변화를 함께 봅니다

한쪽만 따끔거리는데 대상포진일까요? 통증과 피부 변화를 함께 봅니다

피부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몸 한쪽만 따끔거리거나 화끈거리면 혹시 대상포진은 아닌지 걱정되실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통증만 듣고 바로 대상포진이 맞다, 아니다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대상포진은 통증과 피부 변화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한쪽만 보면 놓치거나 지나치게 걱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료에서는 통증과 피부 변화를 함께 봅니다.

대상포진은 신경을 따라 한쪽에 생깁니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 속에 숨어 있다가 다시 활동하면서 생기는 병입니다. 바이러스가 신경 하나를 따라 퍼지기 때문에 보통 몸의 한쪽, 그 신경이 지나가는 띠 모양 범위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가슴이나 옆구리, 등에 많이 생기지만 얼굴, 목, 팔다리, 엉덩이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피부보다 통증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피부 겉보다 속이 아프다고 느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끔거리거나 화끈거리고, 옷이 스치기만 해도 예민하거나, 가렵고 저린 느낌으로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런 통증이 며칠 이어진 뒤에야 피부가 붉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시기에는 대상포진이라고 확진하기가 어렵습니다. 근육통이나 담 걸린 것, 허리·목 디스크에서 오는 신경 통증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고, 옆구리나 배에 생기면 내과 질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통증만으로 대상포진이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한쪽이 아프다고 해서 모두 대상포진인 것도 아닙니다. 왼쪽 가슴이 아프면서 숨이 차거나, 식은땀이 나거나, 가슴이 조이는 느낌이 있다면 대상포진일 거라고 넘기지 말고 바로 응급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피부 변화는 이런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통증이 있던 곳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그 위로 작은 물집이 여러 개 모여서 올라오는 모양이 전형적입니다. 이 물집이 띠처럼 한쪽으로 늘어서 있고, 몸의 가운데 선을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물집이 터지거나 마르면서 딱지가 앉습니다.

진료에서는 아픈 곳과 피부 변화가 생긴 곳이 같은지, 한쪽에만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대상포진을 훨씬 강하게 의심하게 됩니다.

지금 피부가 깨끗해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료 당시에 피부가 깨끗하다고 해서 대상포진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발진이 올라오기 전일 수 있고, 두피나 등, 엉덩이처럼 본인이 보기 어려운 곳에 작게 생겨서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물지만 피부 변화가 거의 없이 신경 통증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쪽에 이유를 알기 어려운 통증이 이어져 대상포진이 의심된다면, 피부 변화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가급적 빨리 진료를 받아 상담하세요. 그사이 아픈 곳의 피부를 거울로 보시거나 가족에게 봐 달라고 해 주세요. 발진이 올라오면 사진을 찍어 두시면 좋습니다. 진료 날에는 이미 모양이 바뀌어 있을 수 있어서, 처음 생겼을 때의 사진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진료 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세요

  • 통증이 언제 시작됐는지,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 몸의 한쪽에만 있는지, 띠처럼 퍼져 있는지
  • 어떻게 아픈지(따끔거림, 화끈거림, 찌릿함, 옷이 스칠 때 예민함 등)
  • 피부 변화가 언제 생겼고, 그 뒤로 번지고 있는지
  • 열이 나거나 몸살 기운이 있었는지
  • 얼굴, 눈, 귀 쪽에 증상이 있는지
  • 면역을 떨어뜨리는 질환이 있거나 관련 약을 드시고 있는지, 지금 복용 중인 약

이 가운데 피부 변화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꼭 기억해 두세요. 대상포진에 쓰는 항바이러스제는 일반적으로 발진이 생긴 뒤 이른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어서, 시점을 알면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얼굴, 특히 눈 주위라면 미루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마, 눈꺼풀, 코끝 쪽에 통증이나 물집이 생겼다면 눈으로 가는 신경이 함께 영향을 받았을 수 있습니다. 눈이 충혈되거나, 앞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빛이 유난히 눈부시다면 안과 진료도 함께 받으셔야 합니다.

귀 주변에 물집이 생기면서 한쪽 얼굴에 힘이 빠지거나,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어지럽다면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얼굴에 생긴 대상포진은 며칠 더 지켜보기보다 빨리 확인하는 쪽이 낫습니다.

이 밖에도 발진이 한쪽 띠를 넘어 온몸으로 번지거나, 고열이 나거나,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면 빨리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피부가 나아도 통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피부가 아물면서 함께 나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피부가 나은 뒤에도 신경 통증이 오래 남습니다. 이것을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부릅니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로서 제가 대상포진에서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도 이 통증입니다. 피부 변화만큼이나 지금 얼마나 아픈지, 잠은 잘 수 있는지, 옷이 닿는 것조차 힘든지를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한쪽 피부가 예민하거나 따가워 대상포진이 의심된다면, 아직 피부가 깨끗하더라도 가급적 빨리 진료를 받아 상담하세요. 그사이 피부와 통증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피부 변화가 생겼다면 그 시점과 모양을 가지고 진료를 받으시면 되고, 얼굴이나 눈 주위라면 기다리지 말고 바로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현동민

대표원장

  •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수련의 ·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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