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노트

가벼운 물건도 들기 어렵다면, 팔꿈치와 손의 힘을 같이 확인합니다

가벼운 물건도 들기 어렵다면, 팔꿈치와 손의 힘을 같이 확인합니다

물을 담은 컵을 들어 올리는데 손목이 툭 꺾이거나, 가방 손잡이를 쥐었다가 놓쳐 버릴 때가 있습니다. "가벼운 컵 하나 드는 것도 힘들어요"라는 한마디 안에는 사실 꽤 다른 상황이 섞여 있습니다. 아파서 못 드는 건지, 아프지는 않은데 힘이 안 들어가는 건지, 손이 저린 건지에 따라 의심해 볼 곳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팔꿈치만 보지 않고 손의 힘과 감각도 같이 확인합니다.

아파서 못 드는 것, 힘이 없는 것, 저린 것

먼저 아파서 못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힘 자체는 있는데 들어 올리려는 순간 팔꿈치 바깥쪽이나 안쪽이 찌릿해서 저절로 손을 놓게 됩니다. 손등이 위로 가게 물건을 들 때, 문고리를 돌릴 때, 행주를 짤 때 아픈 경우가 많아요. 팔꿈치 바깥쪽은 손목을 젖히고 물건을 쥐는 근육들의 힘줄이 모여 붙는 곳이라, 이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흔히 테니스엘보라고 부르는 외측상과염) 가벼운 물건을 쥐기만 해도 통증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아프지 않은데 힘이 안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뚜껑을 못 따거나, 단추 채우기나 젓가락질이 서툴러지거나, 쥔 물건이 미끄러지듯 빠집니다. 통증이 없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쉬운데, 이때는 근육에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쪽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저림이 같이 있다면 어느 손가락이 저린지를 봅니다. 엄지에서 넷째손가락 쪽이 저리고 밤이나 새벽에 심해지면 손목에서 신경이 눌리는 경우일 수 있고, 넷째·다섯째 손가락이 저리면서 팔꿈치를 오래 굽히고 있을 때 심해진다면 팔꿈치 안쪽을 지나는 신경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목에서 어깨, 팔로 뻗치는 통증이 함께 있다면 목 쪽도 같이 따져 봐야 하고요.

실제로는 이 셋이 섞여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오래 아파서 팔을 덜 쓰다 보면 근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통증과 저림이 함께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컵을 못 드는 그 순간에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들으면, 진찰에서 어디를 먼저 살펴볼지 정하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팔꿈치와 손을 함께 보는 이유

가벼운 물건을 들기 어렵다고 하시면 팔꿈치만 보지 않고, 손으로 쥐는 힘과 손가락 감각도 같이 확인합니다. 팔꿈치가 아파서 힘을 못 쓰는 것처럼 보여도 손 쪽 신경 문제가 섞여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손에 힘이 없는 줄 알았는데 팔꿈치 통증 때문에 힘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팔꿈치 힘줄은 초음파로 직접 들여다볼 수 있어서, 진찰하면서 힘줄이 붙는 부위의 모양을 함께 살펴봅니다. 정상 힘줄은 초음파에서 결이 고르게 이어져 보이는데, 손상되거나 변성이 생긴 부분은 상대적으로 어둡게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초음파 소견 하나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화면에 변화가 보인다고 모두 같은 질환인 것은 아니고, 변화가 뚜렷하지 않아도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음파 화면과 함께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손의 힘과 저림이 어떤지를 같이 맞춰 보고 판단합니다.

진료 전에 떠올려 보시면 좋은 것들

증상을 잘 정리해서 오실 필요는 없지만, 아래 내용을 생각해 두시면 진찰할 때 이야기를 나누기가 수월합니다.

  • 언제부터 그랬는지, 하루 이틀 사이에 갑자기 생겼는지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심해졌는지
  • 어떤 동작에서 힘들었는지 (손등이 위로 가게 들 때인지, 손바닥이 위로 가게 들 때인지, 쥐는 동작 자체가 안 되는지)
  • 아픈 곳이 있다면 손가락 하나로 짚을 수 있는지
  • 아픈 게 먼저였는지, 힘이 빠지는 게 먼저였는지
  • 저리다면 어느 손가락인지, 밤이나 아침, 특정 자세에서 심해지는지
  • 목이나 어깨 통증이 같이 있는지, 한쪽인지 양쪽인지
  • 최근에 팔을 유난히 많이 쓴 일이 있었는지 (운동, 이사, 아이 안기, 반복 작업 등)

아파서 못 드는 건지 힘이 없는 건지 스스로 구분이 안 된다면, 구분이 안 된다고 그대로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그건 진찰하면서 같이 나눠 보면 됩니다. "팔이 아파요"라는 말에 어떤 동작에서 어땠는지만 조금 덧붙여 주셔도 충분합니다.

갑자기 힘이 빠졌다면

한쪽 팔이나 손에 갑자기 힘이 빠지면 다른 증상이 없어도 즉시 119에 연락하세요.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경우, 갑자기 시야나 보행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응급 신호입니다. 잠시 좋아졌더라도 기다리지 말고 응급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 정도로 급하지는 않더라도, 통증 없이 손 힘이 점점 빠지는 경우, 엄지 아래 두툼한 손바닥 근육이나 손등 쪽 근육이 눈에 띄게 얇아지는 경우, 저림이 몇 주째 줄지 않는 경우에는 신경이 눌린 채로 시간이 지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미루지 말고 진찰을 받아 보시는 게 좋습니다.

컵이 무겁게 느껴지는 같은 증상이라도 아파서인지, 힘이 빠져서인지, 저려서인지에 따라 확인할 곳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가벼운 물건을 들기 어렵다고 오시면 팔꿈치와 손의 힘, 손가락 감각을 함께 살피고, 필요하면 목까지 넓혀서 원인을 찾아봅니다.

현동민

대표원장

  •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수련의 ·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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