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서 엄지 쪽으로 통증이 번질 때, 진료에서 무엇을 말하면 될까요
현동민 원장 · 2026-10-09

손목이 아프다가 엄지 쪽으로 통증이 번지면, 엄지를 접거나 컵과 휴대폰을 집는 일상적인 동작까지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아기를 안아 올릴 때 손목의 엄지 쪽이 찌릿하거나 묵직하게 아프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을 검색하면 건초염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보게 되실 거예요. 흔한 원인 중 하나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엄지 쪽 손목이 아프다는 것만으로 병명을 정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곳이 아파도 힘줄, 관절, 뼈, 신경 중 어디에 문제가 있느냐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치료 방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진료에서는 병명보다 어디가 어떤 동작에서 아픈지를 먼저 여쭤봅니다.
엄지 쪽 손목에는 아플 수 있는 곳이 여럿 있습니다
손목의 엄지 쪽은 좁은 공간에 여러 구조물이 모여 있습니다. 통증이 비슷하게 느껴져도 원인이 되는 곳은 다를 수 있습니다.
먼저 힘줄입니다. 엄지를 펴고 벌리는 힘줄이 손목 엄지 쪽 뼈 위를 지나가는데, 이 힘줄이 지나는 통로에 염증이 생긴 것을 드퀘르뱅 건초염이라고 부릅니다. 엄지를 손바닥 안에 넣고 주먹을 쥔 채 손목을 새끼손가락 쪽으로 꺾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지 뿌리, 그러니까 엄지와 손목이 만나는 관절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때는 물건을 꽉 집거나 병뚜껑을 돌릴 때 아플 수 있습니다.
뼈도 생각해야 합니다. 손목 엄지 쪽에는 주상골이라는 작은 뼈가 있는데, 주상골 골절은 전체 손목뼈(수근골) 골절의 60~70%를 차지합니다(출처: 미국 NIH NCBI Bookshelf (StatPearls, Scaphoid Wrist Fracture), 2023). 손목뼈가 부러진다면 이 뼈인 경우가 가장 많다는 뜻입니다. 넘어지면서 손을 짚은 뒤로 엄지 쪽 손목이 계속 아프다면 단순히 삔 거라고 넘기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신경입니다. 손목 엄지 쪽 피부 바로 아래로 감각을 맡는 가는 신경이 지나갑니다. 아프다기보다 저리거나 전기가 오듯 찌릿한 느낌이 손등 쪽으로 퍼진다면 신경 쪽 문제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이 가운데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두 가지가 겹쳐 있기도 합니다. 증상만 듣고 병명을 바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오시기 전에 기억해 두시면 좋은 것
어디가 가장 아픈지 손가락 하나로 가장 아픈 곳을 짚어 보세요. 손목 엄지 쪽에 튀어나온 뼈 근처인지, 엄지 뿌리 쪽인지, 손목 가운데에 가까운지에 따라 먼저 의심하는 구조물이 달라집니다. 통증이 번지는 방향도 같이 봐 두세요. 엄지 끝 쪽으로 내려가는지, 팔뚝 쪽으로 올라가는지, 손등 쪽으로 저릿하게 퍼지는지를 구분해 주시면 됩니다.
어떤 동작에서 아픈지 아래 동작 중 어느 때 아픈지 떠올려 보세요.
- 엄지를 굽히거나 벌릴 때
- 손가락 끝으로 집을 때와 손 전체로 꽉 쥘 때 중 어느 쪽이 더 아픈지
- 병뚜껑이나 문고리를 돌릴 때
- 아기를 겨드랑이 밑으로 안아 올릴 때
- 휴대폰을 쥐고 엄지로 화면을 넘길 때
- 바닥을 손으로 짚고 일어날 때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 바로 아팠는지, 다친 기억 없이 서서히 아파졌는지 알려 주세요. 최근에 육아, 이사, 새로 시작한 운동처럼 손을 많이 쓰게 된 일이 있었는지도 함께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같이 있는 증상 붓기, 혹처럼 만져지는 것, 저림, 힘이 빠지는 느낌, 엄지를 움직일 때 걸리는 느낌이 있는지, 아침이나 밤에 더 아픈지도 진찰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내용을 들으면 진찰할 때 어디부터 확인할지 좁힐 수 있고, 검사도 더 필요한 쪽으로 고를 수 있습니다.
검사는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엄지 쪽 손목이 아프다고 모두 같은 검사를 하지는 않습니다. 넘어진 뒤 아프기 시작했고 뼈를 누를 때 아프다면 뼈를 확인하는 영상 검사가 먼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다친 기억 없이 손을 많이 쓴 뒤 서서히 아파졌다면 힘줄과 그 주변을 살펴보는 쪽에 무게를 둡니다.
저희 의원은 초음파를 진료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초음파는 힘줄과 힘줄을 감싼 막, 그 주변 조직을 화면으로 보면서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엄지를 움직이면서 힘줄 상태를 볼 수 있고, 아프다고 짚으신 곳과 화면에 보이는 변화가 맞는지도 맞춰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초음파 하나로 모든 원인을 가려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진찰 결과에 따라 다른 검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도 있습니다.
아기를 안으며 아프신 분들께
아기를 안는 일은 아프다고 쉴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저도 압니다. 그래서 참고 지내시다가 통증이 오래가기도 합니다. 어떤 자세로 안을 때, 어느 쪽 손이 더 아픈지만 알아 두셔도 진료 때 손목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하기가 훨씬 수월해요.
손목에서 엄지 쪽으로 번지는 통증은 비슷하게 느껴져도 원인이 여러 가지입니다. 진료에서는 병명보다 어디가, 어떤 동작에서, 언제부터 아팠는지를 말씀해 주세요. 특히 넘어진 뒤 아프기 시작했거나, 붓기가 심하거나, 저림이나 힘 빠짐이 같이 있다면 참고 넘기지 말고 진찰을 받아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현동민
대표원장
-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수련의 · 서울아산병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