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노트

손목에서 엄지 쪽으로 통증이 번질 때, 진료에서 무엇을 말하면 될까요

손목에서 엄지 쪽으로 통증이 번질 때, 진료에서 무엇을 말하면 될까요

손목이 아프다가 엄지 쪽으로 통증이 번지면, 엄지를 접거나 컵과 휴대폰을 집는 일상적인 동작까지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아기를 안아 올릴 때 손목의 엄지 쪽이 찌릿하거나 묵직하게 아프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을 검색하면 건초염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보게 되실 거예요. 흔한 원인 중 하나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엄지 쪽 손목이 아프다는 것만으로 병명을 정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곳이 아파도 힘줄, 관절, 뼈, 신경 중 어디에 문제가 있느냐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치료 방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진료에서는 병명보다 어디가 어떤 동작에서 아픈지를 먼저 여쭤봅니다.

엄지 쪽 손목에는 아플 수 있는 곳이 여럿 있습니다

손목의 엄지 쪽은 좁은 공간에 여러 구조물이 모여 있습니다. 통증이 비슷하게 느껴져도 원인이 되는 곳은 다를 수 있습니다.

먼저 힘줄입니다. 엄지를 펴고 벌리는 힘줄이 손목 엄지 쪽 뼈 위를 지나가는데, 이 힘줄이 지나는 통로에 염증이 생긴 것을 드퀘르뱅 건초염이라고 부릅니다. 엄지를 손바닥 안에 넣고 주먹을 쥔 채 손목을 새끼손가락 쪽으로 꺾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지 뿌리, 그러니까 엄지와 손목이 만나는 관절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때는 물건을 꽉 집거나 병뚜껑을 돌릴 때 아플 수 있습니다.

뼈도 생각해야 합니다. 손목 엄지 쪽에는 주상골이라는 작은 뼈가 있는데, 주상골 골절은 전체 손목뼈(수근골) 골절의 60~70%를 차지합니다(출처: 미국 NIH NCBI Bookshelf (StatPearls, Scaphoid Wrist Fracture), 2023). 손목뼈가 부러진다면 이 뼈인 경우가 가장 많다는 뜻입니다. 넘어지면서 손을 짚은 뒤로 엄지 쪽 손목이 계속 아프다면 단순히 삔 거라고 넘기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신경입니다. 손목 엄지 쪽 피부 바로 아래로 감각을 맡는 가는 신경이 지나갑니다. 아프다기보다 저리거나 전기가 오듯 찌릿한 느낌이 손등 쪽으로 퍼진다면 신경 쪽 문제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이 가운데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두 가지가 겹쳐 있기도 합니다. 증상만 듣고 병명을 바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오시기 전에 기억해 두시면 좋은 것

어디가 가장 아픈지 손가락 하나로 가장 아픈 곳을 짚어 보세요. 손목 엄지 쪽에 튀어나온 뼈 근처인지, 엄지 뿌리 쪽인지, 손목 가운데에 가까운지에 따라 먼저 의심하는 구조물이 달라집니다. 통증이 번지는 방향도 같이 봐 두세요. 엄지 끝 쪽으로 내려가는지, 팔뚝 쪽으로 올라가는지, 손등 쪽으로 저릿하게 퍼지는지를 구분해 주시면 됩니다.

어떤 동작에서 아픈지 아래 동작 중 어느 때 아픈지 떠올려 보세요.

  • 엄지를 굽히거나 벌릴 때
  • 손가락 끝으로 집을 때와 손 전체로 꽉 쥘 때 중 어느 쪽이 더 아픈지
  • 병뚜껑이나 문고리를 돌릴 때
  • 아기를 겨드랑이 밑으로 안아 올릴 때
  • 휴대폰을 쥐고 엄지로 화면을 넘길 때
  • 바닥을 손으로 짚고 일어날 때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 바로 아팠는지, 다친 기억 없이 서서히 아파졌는지 알려 주세요. 최근에 육아, 이사, 새로 시작한 운동처럼 손을 많이 쓰게 된 일이 있었는지도 함께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같이 있는 증상 붓기, 혹처럼 만져지는 것, 저림, 힘이 빠지는 느낌, 엄지를 움직일 때 걸리는 느낌이 있는지, 아침이나 밤에 더 아픈지도 진찰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내용을 들으면 진찰할 때 어디부터 확인할지 좁힐 수 있고, 검사도 더 필요한 쪽으로 고를 수 있습니다.

검사는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엄지 쪽 손목이 아프다고 모두 같은 검사를 하지는 않습니다. 넘어진 뒤 아프기 시작했고 뼈를 누를 때 아프다면 뼈를 확인하는 영상 검사가 먼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다친 기억 없이 손을 많이 쓴 뒤 서서히 아파졌다면 힘줄과 그 주변을 살펴보는 쪽에 무게를 둡니다.

저희 의원은 초음파를 진료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초음파는 힘줄과 힘줄을 감싼 막, 그 주변 조직을 화면으로 보면서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엄지를 움직이면서 힘줄 상태를 볼 수 있고, 아프다고 짚으신 곳과 화면에 보이는 변화가 맞는지도 맞춰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초음파 하나로 모든 원인을 가려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진찰 결과에 따라 다른 검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도 있습니다.

아기를 안으며 아프신 분들께

아기를 안는 일은 아프다고 쉴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저도 압니다. 그래서 참고 지내시다가 통증이 오래가기도 합니다. 어떤 자세로 안을 때, 어느 쪽 손이 더 아픈지만 알아 두셔도 진료 때 손목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하기가 훨씬 수월해요.

손목에서 엄지 쪽으로 번지는 통증은 비슷하게 느껴져도 원인이 여러 가지입니다. 진료에서는 병명보다 어디가, 어떤 동작에서, 언제부터 아팠는지를 말씀해 주세요. 특히 넘어진 뒤 아프기 시작했거나, 붓기가 심하거나, 저림이나 힘 빠짐이 같이 있다면 참고 넘기지 말고 진찰을 받아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현동민

대표원장

  •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수련의 ·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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