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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맞고 좋아졌다가 다시 아프면 치료 실패일까요?

주사 맞고 좋아졌다가 다시 아프면 치료 실패일까요?

"주사 맞고 한동안 괜찮았는데, 왜 다시 아프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질문입니다. 좋아졌다가 다시 아프면 주사가 안 들었나, 약 기운이 떨어졌나, 처음부터 잘못된 건 아닌가 싶어지죠. 그런데 다시 아프다는 한마디 안에는 꽤 다른 상황들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치료를 정하기 전에 무엇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언제 어떻게 다시 불편해졌는지를 먼저 여쭤봅니다.

주사가 맡는 일

주사치료라고 한데 묶어 부르지만, 어디에 어떤 약을 넣느냐에 따라 목적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경추 경막외 신경차단술은 목 디스크가 탈출했거나 협착이 있는 분께 주사약물을 넣어서, 신경이 눌린 부위의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고 증상을 덜어 주는 데 도움을 주는 치료입니다.

이 치료에서 약이 겨냥하는 것은 염증과 붓기입니다. 염증이 가라앉으면 통증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신경을 누르던 원인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 덜 아픈 동안 그 부위에 다시 부담이 쌓이면 증상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주사가 실패했다기보다, 주사가 맡은 범위가 거기까지였다고 보는 편이 맞을 수 있습니다.

효과가 이어지는 기간도 주사 종류마다 다르게 봐야 합니다. 영국 NICE 골관절염 진료지침은 관절강 내 스테로이드 주사가 2~10주의 단기간 통증 완화 효과만 준다는 점을 환자에게 설명하도록 권고합니다(출처: 영국 NICE (Osteoarthritis in over 16s, NG226), 2022). 이 권고는 골관절염에서 관절 안에 놓는 스테로이드 주사에 관한 것이라, 모든 주사에 같은 기간을 대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주사는 처음부터 오래가지 않는 효과를 전제로 쓴다는 걸 알고 계시면, 몇 주 뒤 다시 아파질 때 덜 당황하실 수 있어요.

다시 아파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진료에서 함께 따져 보는 경우를 나눠 보면 이렇습니다.

  • 염증은 가라앉았지만 원인이 남아 있어서, 시간이 지나며 같은 증상이 돌아온 경우
  • 덜 아픈 동안 활동량이 늘거나 무리한 자세를 오래 유지해서 다시 부담이 간 경우
  • 처음부터 통증의 원인이 여러 곳이었고, 한 곳이 줄자 다른 곳의 통증이 드러난 경우
  • 이전과 다른 새로운 문제가 생긴 경우

이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아픈 곳과 아픈 느낌을 들어 보면 실마리가 잡힐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사 이후의 변화를 적어 오시면 진료에서 나눌 이야기가 훨씬 구체적이 됩니다.

진료 전에 적어 오시면 좋은 것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휴대폰 메모에 날짜와 함께 몇 줄씩만 남겨 두셔도 충분합니다.

  1. 어디가 좋아졌는지 — 목, 어깨, 팔처럼 부위를 나눠서 적어 주세요. 주사 전에 저리던 손가락까지 좋아졌는지, 목 뒤 뻐근함만 줄었는지는 의미가 다릅니다.
  2. 얼마나 덜 아팠는지 — 가장 아팠을 때를 10으로 놓고 주사 전, 가장 좋았을 때, 지금을 숫자로 적어 두면 비교하기 쉽습니다.
  3. 언제 좋아졌고 언제 다시 불편해졌는지 — 주사 후 며칠 만에 나아졌는지, 얼마쯤 지나 다시 아파졌는지 날짜로 남겨 주세요. 서서히 돌아왔는지, 어느 날 갑자기 심해졌는지도 함께 적어 주시면 좋습니다.
  4. 다시 아파지기 전후에 무엇을 했는지 — 무거운 물건을 들었는지, 오래 앉아 있었는지, 운동을 다시 시작했는지 같은 일들입니다.
  5.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 고개를 돌리거나 숙일 때, 팔을 들 때, 걸을 때처럼 구체적인 동작으로 적어 주세요. 통증 숫자는 비슷한데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달라졌다면 그것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6. 아픈 느낌이 예전과 같은지 — 예전처럼 뻐근한지, 아니면 저림이나 화끈거림, 힘 빠짐처럼 다른 느낌이 생겼는지 적어 주세요.
  7. 그사이 드신 약 — 진통제를 먹고 버틴 날이 있었다면 그것도 적어 주세요. 약 덕분에 덜 아팠던 건지, 실제로 좋아진 건지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 감각이 무뎌지는 변화처럼 전에 없던 증상이 새로 생겼다면 기록을 모으기보다 일찍 진료를 받아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기록을 놓고 다음 치료를 정할 때

주사 뒤 아팠던 그 부위가 확실히 좋아졌고 그 상태가 한동안 이어졌다면, 주사가 통증과 관련된 부위에 닿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는 같은 치료를 다시 할지, 한다면 간격을 어떻게 둘지, 그사이 다시 부담이 쌓이지 않게 생활에서 무엇을 조정할지를 함께 이야기하게 됩니다.

좋아진 정도가 약했거나 며칠 만에 돌아왔다면 통증의 원인을 다시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주사를 반복하기보다 진찰을 다시 하고, 필요한 검사를 거쳐 다른 원인이 겹쳐 있는지 확인하는 쪽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아픈 곳이 옮겨 갔거나 아픈 느낌이 달라졌다면 이전과는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처음 진찰받는다는 생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신경차단술은 약이 어디에 들어가느냐가 결과에 영향을 주는 치료라, 저희 의원은 신경차단술에 C-ARM 영상 장비를 활용합니다. 그렇다고 장비만으로 다음 치료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어떤 증상이 어떻게 돌아왔는지가 다음 판단의 바탕이 되고, 그 내용은 매일 몸으로 겪는 환자분이 가장 잘 알고 계십니다.

혼자 결론 내리기 전에

다시 아프면 주사가 소용없었다는 생각에 치료를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같은 주사를 한 번 더 맞으면 되겠다 싶기도 합니다. 둘 다 이해가 되는 마음이지만, 어느 쪽이든 주사 이후의 변화를 살펴보기 전에 정하기엔 이릅니다.

좋아졌던 기간은 몸이 치료의 어떤 부분에 반응했는지 보여 주고, 다시 아파진 모습은 무엇이 아직 남아 있는지 알려 줍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가지고 오시면, 다음에 무엇을 할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현동민

대표원장

  •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수련의 ·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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