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노트

오래 운전한 뒤 엉덩이와 허벅지가 불편하면 디스크일까요?

오래 운전한 뒤 엉덩이와 허벅지가 불편하면 디스크일까요?

장거리 운전을 했거나 출퇴근길이 유난히 길었던 날, 엉덩이 한쪽이 뻐근하고 허벅지 뒤가 당길 수 있습니다. 차에서 내려 몇 걸음 걸으면 풀리는 분도 있고, 내려서 걸을 때 오히려 더 불편한 분도 있습니다. 운전만 오래 하면 이러니 혹시 디스크가 아닐까 걱정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만으로 원인을 하나로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허리 디스크일 수도 있고, 엉덩이 주변 근육이나 골반 쪽 관절 문제일 수도 있고, 몇 가지가 겹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찰에서는 불편함이 언제 생기는지, 어디가 불편하고 다리 어디까지 내려가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앉아 있을 때와 내려서 걸을 때

운전하는 동안에는 엉덩이가 시트에 눌린 채로 고관절과 무릎이 굽어 있고, 오른발은 페달 위에서 계속 조금씩 움직입니다. 허리는 등받이 각도에 따라 앞으로 굽거나 뒤로 처지기 쉽습니다. 이 자세가 오래 이어지면 허리 디스크에 실리는 부담, 엉덩이 근육이 눌리는 압박, 그 사이를 지나는 신경이 받는 긴장이 함께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앉아 있을 때와 차에서 내려 걸을 때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단서가 됩니다. 본인은 어느 쪽에 가까운지 떠올려 보세요.

  • 앉아 있는 동안 점점 심해지고, 내려서 걸으면 서서히 풀린다
  • 앉아 있을 때는 괜찮다가, 내려서 첫발을 디딜 때 엉덩이나 허벅지가 찌릿하다
  • 걸을수록 다리가 무거워지고 저려서 멈춰 쉬어야 한다
  • 앉으나 걸으나 별 차이가 없다

이 차이만으로 진단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찰할 때 허리 쪽을 더 살펴볼지, 엉덩이와 골반 쪽을 더 살펴볼지, 어떤 검사가 필요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걸을수록 다리가 저려 자꾸 멈춰 서야 한다면, 허리에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진 경우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어디가 불편하고, 다리 어디까지 내려가나요

불편한 위치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엉덩이 한가운데 깊은 곳, 엉덩이 바깥쪽, 꼬리뼈 근처, 허벅지 뒤, 허벅지 바깥쪽처럼 나뉘고, 손가락 하나로 짚을 수 있을 만큼 좁은지 손바닥으로 넓게 문질러야 할 만큼 넓은지도 다릅니다.

다리로 퍼지는 범위도 봅니다. 엉덩이에서 멈추는지, 무릎 위까지 내려가는지, 무릎 아래 종아리나 발까지 이어지는지 확인합니다. 느낌 역시 뻐근함, 당김, 저림, 전기가 오는 듯한 찌릿함, 감각이 둔한 느낌처럼 여러 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무릎 아래까지 저림이 내려가거나 피부 감각이 둔해졌다면 신경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더 생각하게 됩니다. 엉덩이 근처에 머무는 뻐근함이라면 근육이나 관절 쪽 원인도 같이 살펴봐야 합니다. 이것도 경향일 뿐이어서, 실제로는 진찰을 해 봐야 어느 쪽인지 알 수 있습니다.

디스크 하나로 설명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허리 디스크가 엉덩이와 허벅지 증상을 만드는 경우는 분명히 있습니다. 아래쪽 허리뼈 사이에서 나온 신경이 엉덩이와 다리 쪽으로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상에서 디스크가 튀어나와 보이는 것과, 지금 운전 후에 느끼는 불편함이 그 디스크 때문인지는 따로 따져 봐야 합니다. 엉덩이 깊은 곳의 근육이 신경 주변을 자극하는 경우, 골반 뒤쪽 관절이나 고관절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비슷한 위치에 불편함을 만들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이상이 같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인을 하나로 서둘러 정하면 치료도 한쪽으로만 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상황에서 증상이 반복되는지를 자세히 들은 뒤, 허리와 엉덩이, 골반과 고관절을 나누어 진찰합니다.

진료 전에 떠올려 두시면 좋은 것들

막상 진료실에 들어오면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아래 내용을 미리 떠올려 두거나 메모해 오시면 진찰을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 운전을 어느 정도 하면 불편함이 시작되는지 (본인이 느끼는 대로)
  • 차에서 내린 뒤 풀리는지, 그대로인지, 더 심해지는지
  • 가장 불편한 곳을 손으로 짚으면 어디인지
  • 다리로 퍼진다면 어디까지 내려가는지
  • 한쪽인지 양쪽인지
  • 뻐근함, 저림, 찌릿함, 감각이 둔한 느낌 중 어디에 가까운지
  • 사무실 의자나 소파처럼 운전 말고 오래 앉는 다른 상황에서도 비슷한지
  •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다리로 뻗치는 느낌이 있는지

이 정도만 정리돼 있어도 "엉덩이가 아프다"는 같은 말이 진찰에서 훨씬 다른 정보가 됩니다.

운전하면서 해 볼 수 있는 것

장거리 운전이라면 쉴 수 있을 때 차에서 내려 잠깐 걸어 보세요. 몸을 풀어 주는 것도 있지만, 내려서 걸을 때 불편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진료 때 설명하기도 쉬워집니다.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은 채 오래 앉아 있으면 한쪽 엉덩이만 눌리게 되니 빼 두는 편이 낫습니다. 시트가 페달에서 너무 멀어 다리를 뻗어야 하는 자세나 등받이를 많이 눕힌 자세도 엉덩이와 허리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조정은 불편함을 덜어 주는 방법이지 원인을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같은 증상이 계속 반복된다면 진찰을 받아 보시는 게 맞습니다.

바로 진료를 받으셔야 하는 경우

새로 대소변 조절이 달라지거나 회음부(항문과 생식기 주변)의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 또는 다리 힘이 갑자기 크게 떨어지거나 빠르게 악화되는 경우에는 즉시 응급실에서 평가를 받으세요. 큰 교통사고 뒤 생긴 통증도 즉시 응급평가를 받으세요.

그 밖에 다리에 힘이 빠져 발을 끌거나 페달을 밟기 어렵다면 운전을 계속하지 말고 신속히 진찰을 받으세요. 사고 뒤에 시작된 통증, 열이나 이유 없는 체중 감소가 함께 있는 경우도 지체 없이 진찰을 받아 확인해야 합니다.

원인을 확인한 뒤에 치료를 정합니다

저희 의원에서는 운동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진찰에서 허리, 엉덩이 근육, 골반이나 고관절 중 어느 쪽이 더 크게 관여하는지 확인한 뒤, 필요하면 운동치료를 치료 계획에 넣을 수 있습니다. 같은 운전 후 통증이라도 원인이 다르면 필요한 동작도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분께 똑같은 운동을 드리지는 않습니다.

오래 운전한 뒤 엉덩이와 허벅지가 불편하다고 해서 바로 디스크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운전을 얼마나 하면 불편해지는지, 내려서 걸으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다리 어디까지 내려가는지를 기억해 두시면 진찰에서 원인을 좁혀 가는 데 쓸 수 있습니다.

현동민

대표원장

  •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수련의 ·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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